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음반들LP SOUND

LP 사운드 대표 전용국
<좋아하는 것을 내가 직접 팔기까지, LP 사운드>
Intro
골목 모퉁이 한 작은 가게에서는 바다를 건너온 상자 더미들이 즐비하게 깔려 있다.
상자 속의 LP 음반을 나르고 옮기고 꺼내는 일은 그에게 여전히 신나고 흥미로운 일감이다. 새로운 음반을 발굴하고, 이를 소개하고, 그 음반이 좋은 주인을 만나게 도와주는 일들은 그에게 항상 재미있고 보람된 일이다. 아직도 좋은 음반을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여전히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때로 영화의 한 장면은 우리 삶 가까이에서 일어난다. 평범한 아버지인 그는, 음악이 좋아서 유럽으로 떠났고, 유럽에서 만난 LP 음반에 넋이 나가 전 재산을 털어 LP 음반을 사왔고, 다시 유럽으로 나가기 위해 오십이 넘어 영어 학원을 다녔다.
좋아서 시작한 일을, 자신이 가장 잘한 일이라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기까지, 그의시간들을 들여다보자.
안녕하세요. 먼저 간략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부산 구서동에서 LP 사운드를 운영하고 있는 전용국이라고 합니다.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지난 번에 와서 들었던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우선, 지금 사장님께서 하고 계신 일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저는 일반 LP 매장과는 다르게 외국에서 LP 판들을 들여와서 판매를 하고 있어요. 일반적인 LP 매장 들에선 구하기 어려운 제품들을 많이 찾아서 판매하다 보니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 주시는 것 같아요. LP 애호가들은 국내에 없는 제품들도 많이들 찾거든요
LP를 직접 외국에서 들여오신다는 건 흔하지 않은 경우 같아요. 어떻게 이 LP를 업으로 삼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원래 음악, 특히 팝송을 좋아했어요. 그러다 어떤 가게에서 우연히 클래식 장르를 접하게 됐는데, 너무 매력적으로 들리더라고요. 3~4년 정도 열심히 그 가게에 다니다보니, 직접 내가 그런 음악을 공급하는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 했던 거죠. 비슷한 시기에 친구 한 명이 유럽으로 음악 여행을 가보자고 하더라고요. 술김에 덜컥 가겠다고 말해 버렸는데, 그때부터가 시작이네요.(웃음)술김에 내린 결심이라니 낭만적이기도 해요. 유럽은 처음 나가 보시는 거였을 텐데, 준비할 것도 상당히 많으셨겠어요
그 다음 날부터 막막했죠. 유럽을 나가겠다고는 했고, 마음은 들뜨는데 준비가 된 건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언어에서부터, 경비까지 아무 준비도 안 되어있었어요. 무를까 잠시 고민도 했다가, 같이 간 분이 영어를 사용할 줄 알아서 그거 하나 믿고 그냥 무작정 저질렀던 것 같아요.음악 하나를 위해 처음 떠난 유럽 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요. 어떠셨나요?
처음엔 런던으로 갔어요. 유럽이라는 곳을 처음 가보니, 마냥 좋았죠. 런던에서 들었던 LP 의 세계는 한국과는 완전히 달랐어요. 음반 종류가 너무나도 다양했고, 패턴과 레퍼토리도 처음 보는 것들이 정말 많았어요. 한국에서 듣던 것만 듣다가, 이렇게 다양한 세계가 있나 하고 놀랐던 거죠. 희귀한 앨범도 많이 보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못 보던 음반을 구경하자는 단순한 마음으로 나간 건데, 그래서 더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처음엔 사업을 시작하려고 떠난 게 아니라고 하셨어요. 어떤 점이 그 여행 뒤에 LP 사업을 하게끔 이끈 건가요?
처음 가서 음반을 듣는데, 아까 말했던 것처럼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가지고 있는 전 재산을 다 털어서 음반을 사왔어요. 아마 한 삼천 장이 넘었을 거예요. 엄청난 도박이었죠. (웃음) 그렇게 사온 음반을 한국에 와서 다시 팔아보는데 그것도 너무 재미있었고요. 좋은 음반을 골라서 그것들을 국내에 공급하는 일이라니, 음악과 LP 좋아하는 저에게는 너무 매력적인 일이었어요3000 장이라니, 상상이 가질 않아요.
저도 신기하네요. 그걸 다 판매한 후에, '이걸 다시 해 볼까'라는 고민을 진지하게 다시 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잠에 들려고 하는데 런던에서 들었던 음반 하나가 자꾸만 뇌리에 맴돌고 잊히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 순간에, '아 이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다시 나가기로 결정했죠.그럼 그 뒤로 또 유럽에 나가신 건가요?
네, 맞아요. 그땐 런던 대신 다른 지역을 찾아 나섰어요. 언어나 지리적 공부도 하면서요. 다음 갈 곳으로 정한 건 프랑스였어요. 독일, 스위스 쪽도 기차만 타면 갈 수 있어서 이동이 편할 거라 생각했어요. 유럽에서도 나라 별로 문화나 패턴들이 다 다르거든요. 그러면서 많이 배우고 공부한 거죠. 거래하던 업체들과의 관계도 조금씩 넓혀 나가면서요.혹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많았죠. 언어가 가장 힘들었어요. 그 때부턴 친구 없이 혼자 준비하다 보니 어려웠어요. 그래서 한국에 들어와서는 매일 아침마다 학원을 다녔어요. 언어 뿐만 아니라 돈 문제도 꽤나 부담이 됐죠. 매번 유럽을 나가는 게 보통 비용이 드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도 음악이 좋고, 새로운 LP 음반을 보는 게 재미있으니까 나갔어요. 그렇게 계속 하다 보니 장사가 자리가 잡히더라고요. 점점 수익도 안정적으로 오르면서 더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좋아하는 일을 통해서 돈을 버신 거니 즐거우셨겠어요.
즐거웠죠. 제가 한 해에 보통 유럽을 네 번 정도 나갔다 왔는데, 저에겐 출장이 아니라 휴가 개념이었죠. (웃음) 외국 친구들 만나서 음악 이야기하고, 맛있는 음식 먹고, 어떤 LP가 또 들어왔나 찾아보면서 한국에서 느꼈던 갑갑함이나 피로를 해소하고 돌아왔던 것 같아요. 그렇게 여유를 찾으면 다시 한국에서 일할 힘도 생기고 해요.유럽을 다니시면서 음반을 들이신 게 몇 년 정도 된 건가요?
1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제가 처음 나갔던 게 2013년도니까요. 전 그 때 유럽을 나가서 음반을 사들인 게,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잘한 일 중 하나라 생각해요. 외국 경험이 저에게 정말 컸어요. 시야를 넓혀줬고 이 일을 해야겠다는 확신도 줬죠.
타지에서 사업의 기초를 쌓아 나간다는 게 맨땅에 헤딩하듯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 사장님이 생각하셨을 때 외국을 넘나드는 LP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우선 부딪혀 보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제가 무작정 유럽으로 떠난 것도, 대책 없이 가게들을 돌아다니다 딜러들을 찾아 나선 것도, 어쩌면 굉장히 무모하고 거침없는 일들이지만 그걸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 않나 싶어요. 물론 그게 가능했던 것도, 제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죠. 저에게 유럽으로 가 보자고 추천을 해 줬던 그 친구도 저와 딜러를 연결해준 구멍가게사장님들도, 아직도 연락하고 있는 바이어들도 다 고마운 사람들이에요. 타지에서 제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었던 건 그런 고마운 사람들과 네트워킹 덕분이라 봐도 무방하죠.사장님이 타지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겠군요. 당시 기억에 남는 행사들도 있나요?
LP 플리마켓이요. 플리마켓의 시초가 유럽일 거예요. 유럽은 지역마다 LP 플리마켓이 굉장히 활성화되어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5일장 같은 개념이죠. 1년에 한두 번씩 축제처럼 열기도 해요. 그런 행사에 맞춰서 나라별로 방문을 하면 얻을 게 많죠. 아침부터 걸어 다니면서 종일 음반 구경하다 보면 눈이 넓어지고 귀도 뚫리는 기분이에요. 피부색 다른 외국인이 뚫어져라 LP 음반을 구경하고 있으면 거기 사람들도 신기해하면서 잘 챙겨 줘요. 거기서 LP 관련한 사람들 소개도 많이 받았고요.사장님께선 언제부터 LP를 들으시고 좋아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워낙 좋아했어요. 음악 다방 아시나요? 거기서 제가 오랫동안 음악을 직접 트는 일도 했어요. 그 때부터 벌써 LP 음반을 4~5000장 정도 들고 있었어요. 대학가 근처에서 오랫동안 직접 디제잉도 할 만큼 LP를 좋아했어요.LP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좋은 음반을 선별하는 능력일 것 같아요. 사장님께서는 어떤 기준으로 좋은 LP의 가치를 판단하시나요?
좋은 LP를 판단하는 기준은 두가지요예. 연주가 훌륭한가, 그리고 그 음반이 소장가치가 있는가. LP는 음악을 담는 매체니까 당연히 플레이가 탁월하게 좋아야해요. 특히 그 중에서도, 연주자가 작곡가의 의도를 탁월하게 파악한 연주를 했을 때 높은 점수를 매기는 편이에요. 거기에 더불어 그 음반의 배경을 꼼꼼하게 확인해요. 예를 들어, 아주 뛰어난 연주자가 한두 곡 녹음하고는 자살을 했다고 하면, 그 음반의 가치는 어마무시하게 상승해요. 이런 히스토리가 있으면 값은 오를 수밖에 없죠. 이런 세세한 배경까지 잘 알아보고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너무 극단적인 예시지만요. (웃음)정말 세세하게 많이 알아보고 공부해야겠어요.
그렇죠. 쉬운 일이 아니에요. (웃음) 남들은 못 찾는 좋은 LP 음반을 발굴하려면 음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중요해요. 연주에 대한 이해, 배경에 대한 공부, 이것도 어쩌면 정보 싸움이죠. 정성이 많이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 LP 음반을 팔며 만나는 손님들도 다양할 것 같아요. 주로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연령은 굉장히 다양해요. 주로 4~50대 고객 분들이 대부분이고, 간혹 가다가 7~80대 분들도 계시고요. 또, 음악 장르별로 손님들 연령이 다양한 것 같아요. 클래식은 최소 40대부터 많이들 찾으세요. 팝송은 아무래도 젊은 분들이 많고요. 아, 가끔 가다 학생 손님들도 와요. 근처 예고 학생들이 와서 클래식 앨범을 막 구경하고 있으면 참 예쁘더라고요. 아무래도 전공생들이다보니 클래식 판들을 보고 싶나 봐요. 그런 애들 보면 하나라도 더 챙겨 주고 싶죠.학생 손님들은 흔한 경우가 아니라 더 반가우시겠어요.
반갑죠. 그 친구들은 CD 플레이어로 듣는 것보다 LP로 듣는 게 더 좋다고 하더라고요. 음질도 좋고, 가격도 CD에 비해 그렇게 비싸지 않으니까요. 요즘은 LP로 음악을 듣는 게 예전만큼 어렵진 않아졌어요. 저렴한 버전의 턴테이블도 나오고 있고, 사용법이 그리 어렵지도 않고요. 오히려 그런 점들이 젊은 사람들을 LP의 세계로 유입하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또, 매장에 클래식 비중이 꽤나 높아 보여요.
그렇죠. 클래식이 메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아무래도 저희 가게는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 오랜 단골 고객으로 계신데, 그 분들이 대부분 클래식 음악들을 원해요. 그러다보니 저도 클래식 음악들을 더 많이 가져다 놓죠. 제가 좋아하기도 하고요.인터넷 홈페이지에 글들이 자주 올라오더라고요. 직접 인터넷 채널도 운영하시는 건가요?
네. 매일 아침 9 시에 출근하는데, 오자마자 커피 한 잔 마시고 그날 온라인 판매 리스트를 정리해서 올려요. 제가 독수리 타법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웃음) 그래도 제가 해야 마음이 편해서 시간이 걸려도 그렇게 해요. 똑같은 시간에 매일 올리다 보면, 그 시간마다 들어와서 확인을 하는 손님들이 있어요. 그러니 제가 늦을 수가 없어요. 간혹 늦으면 전화 와서 언제 올라오는지 물어보는 분들도 있고요. 그래서 그건 일종의 저와의 약속, 고객과의 약속이라 늘 지키려고 노력하죠.약속을 지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사장님의 롱런 비결이 보이네요. 주말엔 행사 같은 것도 여신다고 들었어요.
네, 보통 격주마다 LP 구매 행사를 열어요. 평소에는 잘 못 보는 음반을 가져다 팔기도 하고, 싼 가격의 음반을 내놓기도 해요. 보통 11시에 시작하는데 일찍들 모여서 같이 구경도 하고 음악도 듣고 해요. 그러다가 진짜 판매시각이 되면 또 눈에 불을 켜고 좋은 음반을 찾아요. 재미있죠. 음악과 LP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이야기가 통하는 부분도 많은 것 같아요.
가게 안에 청음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큰 스피커는 처음 봐서 놀랐어요. 턴테이블도 멋있고요.
LP 음반은 안 들어보고는 못 사죠. 여기 공간이 층고가 높다 보니까 큰 스피커로 들으면 사운드가 매우 풍성해요. 아, 이 턴테이블은 그 때 제가 영국 런던에서 직접 들고 온 건데 엄청 좋은 거에요. (웃음)
우와, 너무 멋있는데요. 곳곳에 LP 포스터나 사인들도 많이 보여요. 대표님께서 직접 외국을 다니면서 받은 것들인가요?
이건 픽처 디스크라고 해서 뮤지션들이 앨범 발매할 때 별도로 만드는 자켓 사진 같은 것들이에요. 기념하고 싶거나 홍보하고 싶을 때 저렇게 만들죠. 흔한 것이 아니다 보니 다른 앨범에 비해 희소가치가 꽤 높은 편이에요. 저쪽에 골드 디스크 판은 10만장 이상 팔린 앨범들에게 주는 건데, 이런 것들도 기념하기 좋죠. 제가 외국 돌아다닐 때 기억도 많이 나고요.저런 소품들 덕분에 매장이 풍성한 기분이 드네요. LP 는 총 몇 장 정도 보유하신 건가요?
8만 장에서 10만 장 정도일 것 같아요. 엄청 많죠. LP를 파는 사람이라면, 일단 수적으로 확보를 많이해 놓아야 하거든요. 언제 어떤 음반을 찾을 지 모르니까 많이 들고 있으면 안심이 되죠. 언제든지 꺼내 줄 수 있으니까요.음반 하나에 몇천만 원의 금액이라는 게 적은 금액이 아니잖아요. 어떤 면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연주가 좋은 음반이니까 사죠. 음악은 조작할 수가 없으니, 좋은 음악이 담긴 LP는 당연히 값이 높을 수 밖에 없어요. 특히나 LP는 녹음하는 과정이 굉장히 까다로워요. 정성과 수고로움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죠. 그런 과정 하나하나가 LP의 희소성을 높여주는 것 같아요. 어딜 가나 쉽게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사장님께서는 LP 가 지닌 희소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시는 거군요.
그렇죠. 사람들은 흔한 것보다 희소한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게 되어 있어요.오래된 음반도 많지만, 리이슈 음반들도 보여서 신기했어요. 리이슈 LP는 무엇이고 어떤 게 다른가요?
요즘은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보니, 이 시장도 조금씩 변화하는 게 느껴져요. 리이슈 앨범은 이전에 나왔던 LP음반을 다시 찍어내는 걸 말하는데, 문제가 좀 있죠. 전문적으로 정교하게 찍는 게 아니고, 일반 개인들이 작업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제대로 된 음질을 제공하지를 못해요. 그런데도 요즘 사람들이 찾고 원하니까 높은 가격에 파는 거죠. 그런 걸 보면 아쉬워요. 음악 시장이 그저 양산형으로 돌아가는 건가 싶은 마음도 들고요. 그런 걸 사람들도 이제 조금씩 느껴서인지, 다시 리이슈 앨범들은 외면 받기 시작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사람들 수요가 꽤 있었는데, 역시 오리지널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상업주의를 앞세운 장사는 결국 사람들에게 멀어지게 되어 있다고 느꼈어요. 음악은 순수하고 깨끗해야 하는 것 같아요.예술성은 무시한 채, 단순히 상업적 이득을 취하려고만 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군요. 사장님께서 추구하는 LP 산업의 방향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부분은 제가 어떻게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바라는 바가 있다면, 젊은 층도 LP와 음악 전반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높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상위층만 향유할 수 있는 문화는 슬프잖아요. 나이 드신 어르신 분들이야 벌어 놓으신 돈으로 취미 생활을 하는 거겠지만, 젊은 청년들은 취업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할 일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높은 비용을 요구하면서까지 음악을 들으라고 강요하는 건 말이 안 되죠. 우리 모두가 함께 즐기고 누리는 음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10년째 이 사업을 해 오시면서,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하실 때와 달라진 부분도 있는지 궁금해요.
글쎄요. 상황이나 환경은 조금씩 달라져도 제 마음은 똑같은 것 같아요. 전 아까도 말했지만 아직도 9 시 똑같은 시간에,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출근해요. 오늘 올려야 할 판매목록과 쌓인 재고정리, 외국 바이어와 연락하고 고객들 관리하는 일, 새로운 음반 찾는 일들은 반복적이지만 늘 새로워요. 그런 것들이 제가 아직도 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지 않나 싶어요.사명감과 직업 정신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시나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후회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해 왔어요. 그러다 보니 정말 후회가 안 남아요. 제가 자랑할 만한 건 꾸준하고 부지런히 일한 것, 그게 다예요. 그래서 앞으로도 그냥 큰 바람 없이 여기 오면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좋은 LP 를 살 수 있다는 말 듣고 싶어요. 믿을 만한 가게다 하는 거요. 그러기 위해서 전 앞으로도 사소하지만 당연한 것들을 꾸준히 해 나갈 생각입니다.
사장님의 작지만 단단한 목표, 저도 꼭 응원할게요. 외국과 한국에서 정말 다양한 앨범들을 들어보셨을 것 같아요.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명반은 무엇인가요?
어렵네요. (웃음) 일단은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반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에게만 좋은 음반이 아니라, 열 명에게 물으면 열 명 다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음반. 나에게 이 음반이 얼마나 좋고 소중한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개인적 선호와 취향이 담긴 음반을 명반이라 꼽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사장님께서 계속해서 LP를 모으는 이유는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요?
저야 직업으로 삼았으니까 하죠. (웃음) 10년째 이 일을 해 오고 있는데, LP를 찾는 사람들은 줄지를 않아요. LP가 사라질 거라는 말은 옛날부터 있었어요. 그런데도 LP는 여전히 사랑받고, 거래되고, 사람들이 찾는 소중한 매체예요.그러게요. 왜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사랑받는 걸까요?
LP로 음악을 듣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중간행위 때문이라고 봐요. 일어서서 턴테이블까지 가야 하고, LP판을 매일 닦아야 하고, 보관도 잘 해야 하고, 음악을 재생하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들이 많아요. 하나 하나 애지중지하고 아껴줘야 음악을 들을 수 있죠. 음악을 듣기 위해서 내가 거쳐야 하는 노력들이 어쩌면 LP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자 무기라고 생각해요.마지막 질문입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사장님을 가장 잘 나타내는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LP 뿐이죠. (웃음) 제 삶을 바꿔 놓았으니까요. 그만큼 LP 는 제 삶과도 같아요. 우리 나이에 이 정도로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봐요. 저는 아직도 출근길이 즐겁고 신나는데, 이런 사람 잘 없어요. 오히려 늦게 시작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더 편하고 여유있게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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